영화 감상만을 적으려니 좀 뻘쭘해서 이러저러한 감상들이 더 들어가게 됐다. 그냥 리뷰 공간이 돼 가고 있네, ㅋㅋㅋ
by hihi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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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산어보를 찾아서

작년 10월까지 글을 올리고는(중간에 만화 퍼온 것은 제외), 지금껏 리뷰를 하나도 작성 안 했다.
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, 그저 마음만 바빴다, 고 하자.
그리고,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, 불행 하나 더하고 행운 하나 더해서
이제 슬슬 리뷰를 하게 된다. 그저 마음이 좀 한가해졌다, 고 하자.

그러니까, 작년 10월에 등록만 해놓고 리뷰를 작성하지 않은 녀석부터
하나 둘씩 써 보자.

어느 날 갑자기 확 쏠려서, 아는 분을 통해 꽤 싸게 구입했다.
(이상하게도 청어람 책은 온라인에서도 할인을 많이 하지 않는다.)
그리고, 한 줄, 두 줄 읽어 가면서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.
정약전의 현산어보를 따라가며 재구성하는 저자의 꼼꼼함, 박식함, 감성...
그리고 정약전의 현산어보라는 놀라운 텍스트.

읽기 전에는 그저 원본에 짤막한 주석을 달아가며 비교, 해설했으리라 예상했다.
하지만 이 책은, 내 예상을 보기 좋게 훌쩍 뛰어넘어, 방대한 종에 대해 촘촘한 묘사를 하고 있다.


책장을 넘겨 가면서 점점 섬의 어른들, 아이들, 흑산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, 물고기들이
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띠고,
섬의 사회적, 역사적 배경 또한 또렷해지는 걸 느끼면서
그야말로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.


물고기 이름에 얽힌 사연, 언어 사용 행태를 통한 추론,
정약전과 그 시대 상황에 대한 소회, 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……

참으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요란하지 않은
소박한 밥상을 배부르게 먹은 듯했다.

시간날 때마다 조금씩 들춰 봐도 좋고
그저 관심 가는 물고기를 찾아서 읽어도 좋다.

다만, 읽다 보면 얼른 어디 바닷가에 가서
갓 잡은 물고기를 회 쳐서 한 점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는
소주 한 잔 털고픈 마음이 너무 강렬해진다는
안타까움이 있다.

이런 저자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다.

by hihi | 2008/07/25 16:05 | 대략 | 트랙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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